본문 바로가기

문예창작2

오늘의 의미를 너에게 묻는다. 외출할 일이 있어서 지하 주차장에서 남편과 차를 몰고 주차장 입구를 올라가던 중, 남편이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. 동네 길고양이 새끼 한 마리가 차에 치어 죽어 있었던 모양인데, 다행인 것인지 불행인 것인지 뭉개지고 으깨져 죽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. 아마도 오르막길을 빠르게 올라오던 차를 피하지 못하고 치인 모양인데, 볼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시 살펴보니 누군가 깨끗히 치워 놓았다. 그렇게 오늘 또 한 마리의 고양이가 여행을 떠났다. 반면 사랑받는 집 고양이의 모습은 어떤가. 우리 고양이는 방금 밥을 먹고, 집사가 컴퓨터를 켠 것을 확인한 후 (놀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채고) 캣 타워 꼭대기, 작은 보금자리에서 온 몸을 끌어안고 졸고 있다. 오늘은 간식을 두 개나 얻어 먹었으니 만족스.. 2021. 4. 25.
고양이가 내 곁에서 잔다. 시저가 자는 곳은 언제나 정해져 있었다. 결혼을 하기 전 내 방에서도 그랬고, 결혼을 해서 처음 살림을 꾸린 복층 오피스텔에서도 그랬고, 작년 2월, 낡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나서도 그랬다. 침대를 기준으로 꼭 나의 오른편,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내 오른쪽 얼굴 옆에서 누워 잠을 잤다. 시저를 고양이별로 보내고 돌아온 그 날, 우리 부부는 당장 새벽에 일어났던 그 모든 일들을 잊으려는 듯 지친 마음을 낮잠으로 달랬다. 둘이 얼굴을 마주보고 있으면 계속 슬퍼질 것 같아 우리는 각자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꼭 감았다.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들였다. 오래된 아파트 복도를 왱왱 울리며 우리집에 들어온 이 녀석은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울음을 멈췄다. 그리고 그 날 밤, 녀석은 자연스럽게 .. 2021. 4. 24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