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저가 자는 곳은 언제나 정해져 있었다. 결혼을 하기 전 내 방에서도 그랬고, 결혼을 해서 처음 살림을 꾸린
복층 오피스텔에서도 그랬고, 작년 2월, 낡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나서도 그랬다. 침대를 기준으로 꼭 나의 오른편,
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내 오른쪽 얼굴 옆에서 누워 잠을 잤다.
시저를 고양이별로 보내고 돌아온 그 날, 우리 부부는 당장 새벽에 일어났던 그 모든 일들을 잊으려는 듯 지친 마음을
낮잠으로 달랬다. 둘이 얼굴을 마주보고 있으면 계속 슬퍼질 것 같아 우리는 각자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꼭 감았다.
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들였다. 오래된 아파트 복도를 왱왱 울리며 우리집에 들어온 이 녀석은
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울음을 멈췄다. 그리고 그 날 밤, 녀석은 자연스럽게 침대로 올라와 나의 오른편,
내 얼굴 곁으로 파고 들어 잠을 청했다. 이제는 자신과 함께 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라도 한 것일까.
골골대며 잠을 청하는 어린 고양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, 다시금 나는 안도해 버리고 만다. 고양이가 내 곁에서 잔다.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, 이쯤이야 아무 일도 아니란 듯이, 이제는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듯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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